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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는 없다
나보다 4살 차이 나는 우리 형은 미라쥬650을 탔었다.
형의 바이크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단 한번도 나를 뒷자리에 태워주거나 타보라고 키를 빌려 주는 법이 없었다. 가끔 형 몰래 시트에 앉아보고 핸들 잡아보며 언젠간 타고 말겠노라며 자세를 잡아보는 일이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바이크를 타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난 점점 형을 원망했고, 바이크에 대한 욕구는 자꾸 쌓여갔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했고, 내 생일 일주일전 주말. 형이 갑자기 헬멧을 내밀었다. 이게 뭐냐며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따라 나오라고 했다. 난 형을 따라 나섰고 그날 처음으로 형 뒤에 텐덤이란 걸 해볼 수 있었다. 감격한 나머지 아무 말 못하고 있는 날 형이 데려간 곳은 집 근처 공터가 넒은 주차장이었다. 형은 여기서 바이크 조작에 대한 기본부터 시동 걸고 출발하고 서는 법까지 세세히 알려 주었다. 난 급속도로 빨리 습득했고 형은 만족스러워했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데다가 그토록 타보고 싶었던 바이크였으니 오죽했을까?
그렇게 몇 시간을 다른 대화는 없이 바이크에 대한 얘기만 하며 연습을 했다. 제법 조작이 익숙할 무렵 형이 들어가자고 했다. 아쉬웠지만 이만큼도 나에겐 큰 선물이었다. 순순히 바이크에서 내렸다. 형 뒤에 타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계속 이상한 분위기가 이상했다. 형이 먼저 말을 했다.
“방학하면 어머니한테 돈 맡겨뒀으니 면허학원부터 등록해. 2종 소형 따고 나면 125cc부터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사고 없이 얌전히 잘 타고 다니면 650 너 타라. 키 아부지한테 맡겼다.”
알고 보니 형의 입대 영장이 나왔다. 엄마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형은 그 동안 내가 바이크 타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마다 대학생이 되면 면허부터 가르치고 찬찬히 연습시킬 계획이었단다. 좋아하는걸 못하면 병이 난다며 부모님을 설득 중이었다고 했다. 면허를 따면 작은 매뉴얼 바이크를 한대 구해주고 연습시켜서 650을 태워줄 계획이었는데 생각치 못하게 넘겨주고 가야겠다고 했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형 속도 모르고 원망만 했던 게 미안해졌다.
그 해 겨울방학 무렵 형은 군대에 입대했다. 난 형이랑 약속한 대로 2종소형 면허부터 땄다. 아빠를 따라 퇴계로라는 곳에서 125cc 매뉴얼 중고바이크를 샀다. 형이 첫 휴가를 나와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댔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로부터 또 몇 개월… 난 결국 형의 미라쥬650을 타고 형에게 면회를 갔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형~! 고마워~! 나 앞으로 사고 안 나게 조심히 잘 타고 다닐께~’
그때 형이 아니었으면 난 아직도 바이크를 동경만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곧 나에게도 영장이 나오겠지, 형이 입대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을 기분을 이젠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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