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8
아이러브팀
내가 어릴 때부터 몇 해전까지 우리 집은 중국집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익숙한 교통 수단이었고,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은 선물이라며 가게에서 쓰시던 낡은 스쿠터를 통학용으로 내어주셨다.
당시 형편엔 대학을 갈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지덕지였기 때문에 오래 되었다고 불평할 만한 입장이 못되었지만, 사실, 한창 꾸미고 싶었을 여대생이 타기에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 마음을 아셨는지,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3학년 진학 무렵 엄마가 먼저 제안을 해주셨고, 모아둔 알바비와
타던 스쿠터를 보태고, 엄마의 (약간의) 지원을 얻어 반짝거리는 새 스쿠터를 살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마련한
내 신차는 티니110이었다. 뛸 듯이 기뻤고, 너무 깜찍해서 애지중지 했었다. 캠퍼스를 누비여 활보하기엔, 그리고 아담사이즈 체구인 내게도 딱~! 이었던 내 애마의 이름은
“팀”이었다. 나는
애완동물 같아서라고 우겼지만, 마치 애인 다루듯 한다며, 흔한
외국인 남자아이 이름을 따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을 하게 되었고, 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던 지난해 늦가을, 면접 통지 연락을
받았다. 그 회사와 우리집 사이 거리나 차편이 애매했던 나는 정장 바지 차림으로 헬멧을 쓰고 가죽장갑을
끼고 면접장으로 갔다. 면접관이 묻기를 출퇴근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고, 스쿠터로 30분 거리라 문제 없을 것이라며 키를 흔들어 보여줬다. 순간 면접관 모두가 당황해 하는 눈빛을 본 것 같다. 왠지 예감이
좋았다.
결국 "팀" 덕분에 점수를 땄는지 나는 그 회사 최종 합격자 발표에 이름을 올렸고,
입사 후 두 번째 겨울을 팀과 함께 나고 있다. 나에게 팀은 친구이자, 써포터이고, 복덩이다. 이
녀석 덕분에 학교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고, 직장을 얻을 수 있었으며, 출퇴근이 가능했다. 가게를 접으신 아버지는 ‘이제 그만 소형차라도 한대 사서 다니라’고 성화이시다. 다 큰 처자가 아직도 스쿠터가 뭐냐며…. 그래도 난 도저히 팀을
배신 못하겠다.
부모님께는 조만간 소형차 한대를 구입 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어떤
애마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될지는 몰라도, 팀은 여전히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바퀴를 굴리지 못하게 될 때까지 갈고 닦아줄 생각이다.
“팀~! 고맙다~! 앞으로도 쭈욱~! 함께 가자~!
I Love U TI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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