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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형제
우리 형제는 닮은 듯 많이 다르다.
잘 맞는 부분이 있다면 스쿠터를 즐겨 탄다 정도지만, 그마저도 생각 차이가 큰 편이다. 나는 비버125cc를 사서 출퇴근용으로 애용하고 있다. 나보다 2개월 먼저 구입한 형은 일제 중고 스쿠터를 타고 있는데 매번 만날 때 마다 조소 섞인 훈계를 한다.
내가 구매한 가격이면 더 좋은 가격으로 수입차를 살수 있는데 왜 비싼 돈 주고 국산차를 샀냐며 구박을 한다. 신차랑 중고차를 어떻게 같은 가격으로 비교를 하느냐며 반박하면 나가는 출력이 다르단다. 시내주행 하면서 뭘 얼마나 빠르게 달리겠다고… 같은 배기량에 차이가 나 봤자라고 나 역시 한 방 먹이지만, 우리 형제의 자기주장은 항상 평행이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해서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형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급히 집으로 들어오란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자초지종도 제대로 확인 못하고 과장님에게 외출 허락만 받아서 집으로 갔다. 도착하기 무섭게 형은 내 뒤에 올라 타더니 바로 형네 회사로 출발 하잔다. “대체 뭐냐고~!!!” 결국 내가 폭발했고 형은 미안하다며 엄청 급한 상황이니 형 한번만 구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퇴근 후 알게 된 사실은, 형이 중요한 미팅 자료를 집에 두고 나갔고, 다행이 일찍 기억해내서 스쿠터를 타고 다시 집으로 왔으나, 서류를 찾은 후 출발 하려니 갑자기 스쿠터 시동이 안 걸린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스쿠터로 15분 거리에 다니는 내게 연락을 했고, 다행이 내가 바로 가서 형은 문제없이 미팅에 서류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중고차 꼼꼼히 정비 해줘야 한다고 했잖어~!”
“야~! 새 차라고 안 그러란 법 없다~! 그리고! 내가 정비를 안 해서 그랬냐? 부품이 수명이 다 된걸… 근데, 니꺼 뒷자리 은근 편하더라? 내가 탔는데도 꽤 빠르던데?”
“왜~? 국산찬 줘도 안탄다며~? 내가 아까 얼마나 초긴장하고 달렸는지 알기나 해?”
형과 투닥 거리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건 오랜만이었다. 난 간만에 형을 도왔고, 형도 비버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돼서 오히려 뿌듯했다. 형이나 나나 앞으로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쭈욱~! 스쿠터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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