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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고1때였다.
아침마다 아빠스쿠터를 타고 등교를 했다. 조금 창피하긴 했지만, 대중교통으로 1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단 30분 만에 갈수 있으니 아침 잠이 많은 내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교문 앞에 내리려다가 등뒤에서 수군거리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버렸다.
“야야~! 배달이다.ㅋㅋ”
다른 덧붙임도 없었고, 주변 아이들의 특별한 동조도 없었는데 난 혼자 얼굴이 귀까지 빨개져서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도저히 교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부모님의 만류에도 나는 1시간이 넘는 등 하교 길을 꾸역꾸역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고집스럽게 통학을 하던 나였지만, 고3이라는 스트레스, 잠과의 전쟁, 몸살감기 3단 콤보에 무너져 버렸다. 2년 만에 아빠 등뒤를 보며 스쿠터에 몸을 싣고 학교 앞까지 내달렸다. 미리 부탁해서 교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내린 나였지만, 간만에 북적이지 않고, 쉽고 빠르게 학교에 도착하니 기분이 한결 가뿐해졌다. 이후로 이틀간 계속 아버지의 스쿠터 뒷자리를 이용했다. 헌데 몸살 기운은 더 심해졌다. 걱정되셨는지 아빠가 하교 길에 마중을 나와 주셨다.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품에 앉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날 부르셨다.
“진희야~!”
갑작스러운 아빠의 방문에 깜짝 놀란 나는 고1때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면서 당황했다. 주변에 아는 친구들은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황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같은 반 친구들 눈에 띄고 말았다.
“우와~ 야~! 너 이거 타고 집에 가? 완전 재밌겠다~!!! 아~!! 안녕하세요~ ~~~”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는 순간 멍~ 해졌다. 지나가시던 옆 반 담임선생님은 “누구는 좋겠네~!” 하며 웃으며 지나가셨고, 왠 얼굴도 모르는 남학생은 “어? 비버다~!” 하면서 우다다 뛰어와 아빠의 스쿠터를 한참 구경했다. 갑자기 2년 전 비버에게 미안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에게도…
아빠가 꼭 품어서 따듯해진 오리털 잠바를 교복 위에 껴입고 나는 냉큼 아빠 뒷자리에 올라탔다. 원래부터 내 자리였던 마냥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집에 가는 동안 아빠의 등뒤에 착~! 달라붙어 오랜만에 아빠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빠~! 땡큐~ 사랑해요~” 아빠가 뭐라고 대답하셨는지는 못 들었다.
‘비버야~! 땡큐~ 앞으로 몇 달간만 잘 부탁해~!"
이후로 나는 수능시험 치르는 날까지 아빠와 함께 비버를 타고 날아다녔다.
(곧 수능 치르는 수험생 여러분들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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